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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 전설 윤석화 별세… '뇌종양' 의심 징후 6가지
국내 연극∙뮤지컬계의 전설로 통하는 배우 윤석화(69)가 2022년 뇌종양 판정 이후 세 차례의 수술과 투병 끝에 별세했다. 이보다 앞서 해외에서도 영화 '쇼퍼홀릭'의 원작자인 소피 킨셀라(Sophie Kinsella)가 55세의 나이에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으로 숨지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새로 진단되는 뇌 및 중추신경계 악성 종양은 약 2,000건 수준이다. 여기에 암은 아니지만 뇌 조직을 압박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양성 및 경계성 종양까지 포함하면, 매년 새로 진단되는 뇌·중추신경계 종양은 약 1만 5,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뇌종양은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 평소 몸이 보내는 미묘한 신호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의학 전문가와 주요 기관들이 조언하는 뇌종양 의심 징후 6가지를 짚어본다.
1. 쉽게 짜증 내는 성격으로 변화
급격한 성격 변화는 뇌종양의 조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종양이 비대해지면서 주변 뇌세포를 압박해 기능적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과 인격을 조절하는 부위인 '전두엽'에 종양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영국 뇌종양 자선단체 '브레인튜머 채리티(Brain Tumor Charity)'는 '더 선(The Sun)'지를 통해 "뇌종양 환자 3명 중 1명은 성격 변화를 경험한다. 이전보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고, 혼란이나 건망증, 동기 상실, 우울감, 불안,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비정상적인 신체 성장과 호르몬 이상
뇌종양은 우리 몸의 호르몬 조절 기관인 뇌하수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뇌하수체는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생성하고 분비하는데,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드물지만 성인도 키가 급격히 커지는 등 비정상적인 성장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성장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오히려 더뎌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뇌종양 연구기관 '브레인튜머 리서치(Brain Tumour Research)'는 종양으로 인해 사춘기가 지연되거나 생리 주기 변화, 성욕의 급격한 변화, 원인 모를 체중 증감 등의 호르몬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3. 안면 근육 조절 및 표정 짓기 어려움
질환이 진행돼 신경계가 손상되면 안면 근육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평소처럼 웃거나 인상을 쓰는 등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 힘들어지며, 말을 할 때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어색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신경 마비 증상은 얼굴이 특정 위치에 고정되거나, 한쪽 얼굴이 처지는 안면 마비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종양이 얼굴 근육을 제어하는 신경을 압박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4. 환청 및 단기 기억력 저하
일부 뇌종양은 신체적 증상보다 정신건강상의 문제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청각과 언어,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측두엽'에 종양이 발생하면 머릿속에서 실재하지 않는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을 경험할 수 있다.
영국 암 연구소 '캔서 리서치 UK(Cancer Research UK)'는 "측두엽 부위의 종양은 환청뿐만 아니라 단기 기억 상실, 말하기와 듣기 능력 저하를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 독해 및 인지 기능 저하
뇌종양은 뇌 전반의 기능을 저하시켜 사고력이나 글을 읽는 능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뇌의 양쪽 반구는 서로 소통하며 사고, 쓰기, 기억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데, 종양이 이 소통 체계를 방해하면 인지 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료원(Penn Medicine)의 신경외과 교수 도널드 오로크(Donald O'Rourke) 박사는 "뇌의 양측은 소통을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데, 종양이 이 과정을 방해하면 환자는 깨어 있는 상태로 겉모습이 정상임에도 사고와 기억에 치명적인 장애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뇌의 중간 부위인 '중뇌'에 종양이 있을 때 이러한 증상이 빈번하게 보고된다.
6. 잦은 배뇨
뇌종양은 우리 몸의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 네트워크'인 내분비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 소변을 보는 횟수가 평소보다 비정상적으로 잦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브레인튜머 채리티'는 "일부 뇌종양 환자들은 내분비계 변화로 인해 평소보다 화장실을 더 자주 가야 한다고 느끼는 배뇨 변화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진행 빠른 '교모세포종', 미묘한 징후 놓치지 말아야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종양이 발견된 후 단 7주 만에 크기가 두 배로 커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초기에는 두통이나 메스꺼움, 식욕 부진, 균형 감각 저하 등 일상적인 스트레스나 피로로 오인하기 쉬운 증상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료원의 스티븐 배글리(Stephen Bagley) 조교수는 "교모세포종의 첫 발생 원인은 여전히 의학적 규명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진단 약 5년 전부터 혈액 내 면역 기능 변화가 관찰될 수 있지만, 실제 증상은 진단 전 3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원인 모를 성격 변화나 감각 이상 등 앞서 언급한 미묘한 신호가 지속된다면 정밀 검사를 통해 조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