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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섞여 나와요"...연말 과음 후 혈변, 단순 치질로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연말연시 송년회와 모임이 이어지면서 과음과 과식이 잦아진다. 특히 우리나라 술자리에서는 자극적이고 매운 안주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 다음 날 설사나 복통을 경험하는 일이 흔하다.
특히 대변에 선홍색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을 경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많은 사람이 일시적인 증상이나 치질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혈변은 소화기관과 장에서 보내는 중요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이에 외과 전문의 황태식 원장(배곧참조은항외과의원)과 함께 음주 후 혈변이 나타나는 이유와 혈변과 더불어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질환에 대해 알아보고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아본다.
선홍색·검은색…혈변 색깔로 출혈 위치 알 수 있어
혈변은 대변에 선홍색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말한다. 흑변 역시 혈액이 섞인 변으로,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위산과 반응해 검게 변한 것이 특징이다.
선홍색 혈변은 주로 소장, 결장, 직장, 항문 등 하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일어날 때 나타난다. 치핵, 치열과 같은 치질이나 직장염, 결장염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흑변은 식도, 위, 십이지장과 같은 상부 위장관의 염증이나 궤양으로 인한 출혈로 발생한다.
혈변이 나타날 때는 복통, 복부 팽만, 설사 등의 증상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배변 시 항문 통증이나 잔변감, 가려움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황태식 원장은 "지속적인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빈혈이나 저혈량 쇼크가 올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진료를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알코올이 위·장 점막 파괴…과음 후 혈변 위험 커져
혈변은 위·장 점막이 손상되어 혈관이 노출되거나 파열될 때 발생한다. 특히 알코올은 지용성을 띠기 때문에 점막 보호층을 파괴해 소화기관인 위나 소장, 대장 점막에 출혈이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황태식 원장은 "알코올은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출혈 가능성을 높인다"며 "특히 혈관이 발달한 치핵 조직의 경우 출혈 빈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알코올은 장의 연동운동을 증가시켜 묽은 변이나 설사를 유발하고, 항문관 내 압력을 높여 직장이나 항문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더불어 술을 자주 마시게 되면 비만 위험이 커지는데, 비만 시 복강 내 압력 증가, 만성 염증, 정맥 울혈 등이 생겨 치핵 발생 확률 높아진다.
치핵·대장염·위궤양…혈변 지속 시 의심 질환 다양해
혈변이 지속되면 변의 색깔, 출혈량과 횟수, 출혈 부위 등을 확인해 원인 질환을 파악하고 치료를 진행한다.
음주와 관련된 혈변의 주요 원인으로는 치핵이 대표적이다. 치핵은 항문 및 직장에 존재하는 치핵 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으로, 좌욕이나 연고, 경구약을 1~2주 정도 복용해 치료한다. 지속적인 출혈이 있을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음이나 과식 후 갑작스러운 복통과 혈성 설사가 있을 때는 출혈성 대장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출혈성 대장염이 있을 경우에는 금식을 하거나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것이 좋으며, 3~7일 정도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알코올로 인해 위산 분비 증가하고 점막 손상이 유발되면서 출혈이 일어나 위염이나 위궤양이 발생해 흑변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위산 분비 억제제를 2~8주 정도 복용한다. 흑변이 지속될 경우에는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황태식 원장은 "대장용종이나 대장암으로 인해서도 혈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통증 없이 혈변만 있거나 빈혈, 체중 감소, 대장암 가족력 등이 있을 때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혈변과 함께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위장 질환의 경고 신호일 수 있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혈변이 멈추지 않고 빈도가 잦아지거나 양이 많을 경우
- 혈변의 색깔이 검붉은색이거나 흑색변으로 나오는 경우
- 체중이 감소하거나 기력 저하가 있는 경우
- 어지럼증이나 빈혈이 있는 경우
- 40세 이후 처음 발생한 혈변인 경우
- 대장암, 염증성 장 질환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단백질·식이섬유·수분 섭취로 장 건강 지켜야
음주 후 혈변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금주'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식사 모임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황태식 원장은 "이런 경우 공복 음주를 피하고, 음주 전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먼저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또한 연속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을 피하고, 음주 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과음이나 폭음을 피하고 절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평소 장 건강을 위해서는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생선, 달걀, 두부, 닭가슴살 등 단백질 식품과 현미, 통밀, 바나나, 사과, 고구마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식이섬유는 변의 형태를 정상화해 변비와 설사를 개선하고, 장 염증 완화와 점막 회복에 효과적이다.
또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배변 신호가 올 때 참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본인에게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도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